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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리뷰

일본 정신의 기원 - 가라타니 고진 헤겔에 따르면 국가의 최고 관리는 설령 의회가 없어도 최선의 것을 행한다. 그러나 의회의 사명은 시민사회의 합의를 얻어냄과 동시에 시민사회를 정치적으로 도야하고 국정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과 존경심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헤겔 자신이 의회를 경시했다거나 프로이센의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의회제 민주주의 '발달'이란 바로 이런 도야가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서 '인민'이 형성된다. 일본을 예로 들어 말하면, 메이지의 제국 의회에 의한 '도야'를 통해서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나왔다. 그러나 보통선거를 실현했다고 해서 헤겔이 지적한 사항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관료가 정한 것을 사람들이 자기가 정한 것처럼 믿도록 '도야' 되었을 뿐이.. 더보기
백경(moby dick) - H. 멜빌 돈을 치른다는 것은 저 에덴동산의 두 사과 도둑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세상의 괴루움 중 가장 큰 것일 것이다. 그러나 돈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에 비할 수 있겠는가? 돈은 지상의 온갖 악의 근원이므로 돈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이 돈을 받기 위해 하는 갸륵한 노력이야말로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아아, 얼마나 즐겁게 우리는 그 파멸에 몸을 맡기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결국 그게 뭐란 말인가? 외관뿐이지 않나? 어떤 가죽을 뒤집어썼건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있는 법이다. 곧 체온의 따뜻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딘가 추운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이 세상엔 상대적인 비교를 하지 않고서 그 성질을 나타내느 것은 겂기 때문이다. 호자 존재하.. 더보기
조셉 고든 레빗만 빛난 영화 '루퍼' 어느날 미래의 자신과 마추친다면? 가끔하는 엉뚱한 상상 속에 항상 포함되는 질문일 것이다. 영화 '루퍼'는 미래의 '조'(브루스 윌리스) 와 현재의 '조'(조셉 고든 레빗) 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인가. 주말 2시간을 할애해가며 영화를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사실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도 보고 싶던 영화이긴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2070년대에는 '타임머신'이 개발된다. 하지만 불법이고 '갱'들의 살인청부 도구로 사용된다. 타임머신을 통해 미래에서 과거의 '루퍼'에서 타겟을 보내면 루퍼는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맞춰 기다린 후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조'가 과거로 와서 상황을 바꾸려고 한다. 이를 현재의 '조'가 막으려.. 더보기
강산무진 - 김훈 작가 김훈의 단편 소설집 '강산무진'. 책은 짧은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웅'을 시작으로 이 책의 제목인 '강산무진'까지 실려있다. 김훈은 섬세한 관찰력과 짧은 문장 그리고 현대인의 이상과 갈등을 잘 녹여낸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의 특징은 강산무진에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화장'은 죽은 아내 그리고 직장에서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추은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둘 사이에서 주인공은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내로 대표되는 죽음과 추은주로 이름지어진 현실의 삶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은 추은주를 향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아내의 죽음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장례를 준비하고, 화장품 마케팅과 같은 일을 해낸다. 죽음과 삶 사이에서 끼인 주인공. 그가 겪는 전립선.. 더보기
세계사의 구조 - 가라타니 고진 (2) 관료제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거대한 토목사업에서 관료제가 발달한 것은 분명한데,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와 같은 공사에 종사하는 인간들이 어디에서 왔고, 또 그들을 관리하는 관료는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점이다. 씨족사회의 사람들은 종속적 농민이 되는 것을 혐오한다. 유목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지배자가 되어도 관료가 되는 것을 싫어하며 전사=농민으로 남으려고 한다.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관료제가 전혀 발달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일례다. 로마에는 관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사인에게 조세징수를 청부했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발적으로 관료가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의 서문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경제적 형태의 분석은 현미경도 화학적 시약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추상력이라는 것이 이 양자를.. 더보기
세계사의 구조 - 가라타니 고진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검색을 해서 찾은 게 '세계사의 구조'다. 내용은 물론 어떤 구성인지도 몰랐다. 오직 가라타니 고진이 쓴 것이라는 것만 알고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부분은 꼭 메모해두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질 못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두 중요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기보다는 내게, 혹은 이글은 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구절이나 가라타니 고진의 다른 철학자들의 인용글들을 적어 넣으려고 한다. 현재의 선진자본주의국가에는 자본=네이션=스테이트라는 삼위일체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구조이다. 먼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방치되면 반드시 경제적 격차와 계급.. 더보기
가볍게 볼 수 있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 근엄할 줄로만 알았던 임금. 다혈질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대신에게 이단 옆차기를 하기 일쑤다. 양녕은 술에 취해 궁궐에서 진상을 부린다. 후에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은 왕이 되기 싫다며 징징거린다. 결국 충녕은 한 밤중에 벽을 넘어 세상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충녕을 찾으러 간 호위무사에게도 힘들다며 아이처럼 투덜거린다. 백성을 위해 한글창제에 힘쏟던 세종대왕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자신만을 아는 철없는 세자일뿐. 하지만 궁궐밖 세상을 경험하며 서서히 임금의 모습을 갖춰간다. 이와 더불어 노비 ‘덕칠’이 등장한다. 충녕과 닮은 덕칠이 우연히 궐밖에 나간 충녕을 대신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판 ‘왕자와 거지’인 셈이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더보기
매혹적인 이야기, 뮤지컬 '잭더리퍼' 살인이라는 주제는 매혹적이다. 그 속에 담긴 충격적인 이야기는 대중의 관심을 잡아끈다. 게다가 미해결사건으로 남아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중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살인사건이라는 주제와 뮤지컬의 만남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수사관 앤더슨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잭더리퍼'를 조사한다. 매춘부만 노리는 잔인한 살인 수법에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기자인 먼로는 코카인 중독인 앤더슨의 약점을 노린다. 결국 앤더슨은 먼로에게 특종기사를 제공하는 거래를 한다. 다니엘은 장기이식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의사다. 그는 시체 브로커인 글로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살인마 잭과 거래를 시작한다. 얼마후 네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