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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리뷰

매혹적인 이야기, 뮤지컬 '잭더리퍼'

 

 

 살인이라는 주제는 매혹적이다. 그 속에 담긴 충격적인 이야기는 대중의 관심을 잡아끈다. 게다가 미해결사건으로 남아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중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살인사건이라는 주제와 뮤지컬의 만남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수사관 앤더슨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잭더리퍼'를 조사한다. 매춘부만 노리는 잔인한 살인 수법에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기자인 먼로는 코카인 중독인 앤더슨의 약점을 노린다. 결국 앤더슨은 먼로에게 특종기사를 제공하는 거래를 한다.

다니엘은 장기이식연구용 시체를 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의사다. 그는 시체 브로커인 글로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살인마 잭과 거래를 시작한다. 얼마후 네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무능함을 느끼던 앤더슨에게 제보자가 나타난다. 바로 다니엘이다. 앤더슨은 함정수사를 하게 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1888년 영국 런던에서 2개월간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다섯 명이 넘는 매춘부를 엽기적인 방법으로 잇따라살해한 연쇄 살인범 잭더리퍼. 잔혹한 방법과 내장을 탈취하는 살인사건은 아직 미해결로 남아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825일까지 공연되는 '잭더리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916일부터는 일본 아오야마극장에서 공연된다.

원작은 프랑스 작가 뒤마의 소설을 체코에서 제작한 뮤지컬이다. 살인마 잭은 성불구자로 등장한다. 그에게 악마가 '살인을 할 때마다 여자를 한번 안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왕용범 연출은 한국에서 다루기 힘든 내용이라 판단했다. 다시 실제사건을 꼼꼼히 살폈다.

 '왜 장기를 꺼내갔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 연쇄살인에 언론사가 깊이 관여했다는 것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작업을 거쳐 원작 뮤지컬을 재창조했다. 성불구자인 살인마는 동정할 수밖에 없는 살인마로, 연쇄살인사건은 남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로 탈바꿈했다.

기존 신성우, 안재욱, 유준상과 새로 합류한 젊은 출연자 송승현, 제이민의 조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와 젊은 배우들의 호흡은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잭 역을 맡은 신성우는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와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해질 것이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등장인물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무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극의 정점으로 치닫는다.

다니엘과 글로리아의 사랑을 담고 있는 'DRAMA'는 무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장면이다. 도망치듯 사라지는 글로리아를 따라가는 다니엘. 키스씬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극의 긴장감 속에서 관객들에게 사랑의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장면 '회색도시'에선 수사관 앤더슨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베일에 쌓인 살인마를 쫓는 수사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앤더슨이 쫓는 살인마 잭의 장면 '이 밤이 난 좋아'는 앤더슨과 대비된다. 회색도시의 뒷골목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잭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다른 듯 같은 둘의 외로움은 동일한 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