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 리뷰

조셉 고든 레빗만 빛난 영화 '루퍼'

 

 어느날 미래의 자신과 마추친다면? 가끔하는 엉뚱한 상상 속에 항상 포함되는 질문일 것이다. 영화 '루퍼'는 미래의 '조'(브루스 윌리스) 와 현재의 '조'(조셉 고든 레빗) 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인가. 주말 2시간을 할애해가며 영화를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사실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도 보고 싶던 영화이긴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2070년대에는 '타임머신'이 개발된다. 하지만 불법이고 '갱'들의 살인청부 도구로 사용된다. 타임머신을 통해 미래에서 과거의 '루퍼'에서 타겟을 보내면 루퍼는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맞춰 기다린 후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조'가 과거로 와서 상황을 바꾸려고 한다. 이를 현재의 '조'가 막으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굳이 과거로 보내면서까지 살인을 해야 하느냐? ' 인데, 죽은 사람의 처리를 쉽도록 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어서라고 얼핏 설명한다. 하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 흥미로운 영화의 주제에도 불구하고 상황이나 배경설정이 잘 짜여지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 미래의 조와 현재의 조가 식당에서 만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조가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잘 설명하는가 싶다가 '이 상황은 아주 복잡해서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감독이나 작가의 진심이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걍 지금 상황은 존내 복잡. 이해 ㄴㄴ해>

 

 더불어 영화의 핵심 역할을 하는 '레인 메이커' 설정도 헐거운 느낌이다. 영화 초반 돌연변이 인간에 관한 언급이 나오지만 극의 주요 내용은 아니다. 단순한 상황설정 정도다. 그러나 영화의 중후반에 갈수록 모든 것이 '레인 메이커'에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영화 초반에 '자신의 자신에 대한 싸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 관객에게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진행이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후반의 배경이 되는 '사탕수수밭'이다. 영화 예산이 없었는지, 아니면 촬영환경 때문이었는지 기본적으로 '미래'가 배경임을 감안하면 사탕수수밭과 영화의 궁합은 맞지 않는다. 그보다는 복잡한 미래의 도심안에서 극을 이어갔으면 좋은 영화가 됐을 것이다. 사탕수수밭이라서 그런지 액션은 물론 상황전개마저 상당히 '후져'보인다. 공간은 여기저기 휑하고 '레인 메이커'가 나옴에도 시간적 배경이 미래인 것을 전혀 감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종합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런 실망은 곧 영화보기 전의 큰 기대에 기초할 것이다. 그만큼 개인적인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영화 '루퍼'에는 '조셉 고든 레빗'이 있었다. 그마저 없었다면 그저그런 영화마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조셉 고든 레빗때문에 선방한 '루퍼'>

 

 우선 그의 목소리와 분장이 큰 역할을 했다. 영화 초반 독백으로 이어가는 상황설명은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 조셉 고든 레빗의 목소리가 가난한 도시에서 자란, 세기말 적인 인물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분장 역시 그의 얼굴을 통해 미래의 조(브루스 윌리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외관만으로도 몰입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당연히 목소리와 분장은 부가적이다. 가장 큰 그의 역할은 '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사와 동작에서 '500일의 섬머', '인셉션' 등의 전작에서 봐왔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조' 였던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제 그가 영화의 주연으로 손색없이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느낀 점이다. 앞으로 작품만 잘 고르고 열심히만 한다면 헐리우드를 대표할 배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영화 '루퍼'는 흥미로운 상황설정, 헐거운 배경설명, 조셉 고든 레빗 이라는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그래도 영화는 꽤 볼만한 작품이다. 단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 흠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