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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리뷰

가볍게 볼 수 있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

 

 

근엄할 줄로만 알았던 임금. 다혈질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대신에게 이단 옆차기를 하기 일쑤다. 양녕은 술에 취해 궁궐에서 진상을 부린다. 후에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은 왕이 되기 싫다며 징징거린다. 결국 충녕은 한 밤중에 벽을 넘어 세상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충녕을 찾으러 간 호위무사에게도 힘들다며 아이처럼 투덜거린다.

 백성을 위해 한글창제에 힘쏟던 세종대왕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자신만을 아는 철없는 세자일뿐. 하지만 궁궐밖 세상을 경험하며 서서히 임금의 모습을 갖춰간다. 이와 더불어 노비 ‘덕칠’이 등장한다. 충녕과 닮은 덕칠이 우연히 궐밖에 나간 충녕을 대신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판 ‘왕자와 거지’인 셈이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린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내용이다. 영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임금 세종이 아닌 임금이 되기까지의 세자 충녕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무거운 사극을 탈피해 가벼운 코미디로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재해석했다.

 덕분에 영화는 올해 초 막을 내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많은 비교가 된다. 이에 장규성감독은 “시나리오 막바지 작업 중에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나왔다”며 “드라마는 한글창제를 둘러싼 음모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충령이 3개월 만에 어떻게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영화만이 가진 특징을 구분 지었다. 이어 “역사적 인물이라 코미디 수위조절이 어려웠다”며 사실과 코미디,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한 작품과정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영화의 강점 중에 하나는 다양한 특징을 지닌 캐릭터의 등장이다. 특히 태종으로 나온 배우 박영규의 연기를 눈여겨 볼만하다. 한 나라의 임금이라기 보단 세 아들을 둔 아버지의 모습에 가깝다. 또한 근엄한 임금보단 자신이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임금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재미적 요소와 역사적 현실성을 접목시켜 재밌고 태종이 가진 깊이를 표현하려 했다”며 영화 속 태종을 연기하기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세자빈에 대한 캐릭터를 바꿨다. 보통 세자빈과 중전같은 인물은 힘든 일이 생겨도 속으로 참고 대게 이쁘다”라고 말한 세자빈 역에 배우 이미도가 출연했다. 이에 그녀는 “사실 나는 조선시대 미녀상이다”라며 현장 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녀가 맡은 세자빈은 확실히 존재감이 다르다. 단순히 사극에서 보아오던 세자빈이 아닌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한 명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이와 더불어 엉뚱한 행동으로 영화에 웃음을 더해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가족들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다. 웃음뿐만 아니라 진정 왕실이 백성들에게 해줘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해주는 영화다. 과거와 현실에서 과연 국민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시한다. 가벼운 웃음 속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담고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