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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리뷰

백경(moby dick) - H. 멜빌

돈을 치른다는 것은 저 에덴동산의 두 사과 도둑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세상의 괴루움 중 가장 큰 것일 것이다. 그러나 돈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에 비할 수 있겠는가? 돈은 지상의 온갖 악의 근원이므로 돈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이 돈을 받기 위해 하는 갸륵한 노력이야말로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아아, 얼마나 즐겁게 우리는 그 파멸에 몸을 맡기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결국 그게 뭐란 말인가? 외관뿐이지 않나? 어떤 가죽을 뒤집어썼건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있는 법이다.


곧 체온의 따뜻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딘가 추운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이 세상엔 상대적인 비교를 하지 않고서 그 성질을 나타내느 것은 겂기 때문이다. 호자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랫동안 안락하게 지냈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만일 저 잠자리 안에 퀴퀘그와 나처럼 코끝이라든가 머리 정수리가 약간 차갑다고 하면, 그로 말미암아 몸 전체는 오히려 훨씬 즐겁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침실에는 난로를 놓을 필요가 없다. 그 난로는 돈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불쾌한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뜨뜻하고 아늑한 쾌감의 극치를 맛보기 위해서는 당신들이 누리는 따뜻함과 바깥 공기의 차가움과의 사이에 모포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얼어붙은 극지 한복판에서도 온기를 품은 불덩이처럼 잘 수 있다.


광명은 인간의 육적 부분의 반려지만 어둠이야말로 우리들 본질 중의 본질을 이루고 잇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어떤 꺼림칙한 것을 눈치챈 경우 만일 자기가 이미 거기에 말려들어가 있다면 은연중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그 의혹을 감추려고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


항구는 인정이 많다. 항구에는 안정과 휴식과 난로와 만찬과 따뜻한 모포와 친구들과 우리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모든 것이 있다. 그러나 그 폭풍 속에 있는 배는 항구와 육지 그 자체가 위험하고 해롭다. 모든 환대하는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야만 한다. 육지에 조금이라도 닿기만 하면 다만 용골을 살짝 스치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배의 온몸은 완전히 전율한다.


인간이 하는 것을 완전하다고 상상했다면 그 상상의 이유만으로도 그것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또한 여러 종류의 고래에 대해 세밀한 해부학적 기술도, 또 그 밖의 어떠한 기술도 하지 않겠다. 다만 고래학의 계통 약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나는 설계사일 뿐 건축가는 아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인간의 두뇌가 아무리 우월하다 해도 그것은 항상 천하고 비열한 어떤 기교의 도움이 없이는 다른 사람 위에 실제로 효력있는 권위를 떨칠 수는 없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신의 왕국의 참다운 왕자들은 이 세상의 단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세상이 주는 최고의 영광을 받을 사람들이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보다 우월해서라기보다, 성스러운 무위한 신성을 갖는 소수의 선택받은 숨은 자들에 비해 너무나 열등했기에 오히려 유명했던 사람들이다.


인간의 광기란 교활한 고양이 같은 것일 때가 많다. 다 나았으리라고 생각 하지만 그것은 다만 좀더 음험한 형태로 변화되어간 것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쪽의 다리는 정기에 찬 울림을 갑판 위에 두드려 대는 한편, 죽은 쪽의 다리는 관을 두드려 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 노인은 생과 사의 두 세계를 걷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저 눈앞의 '혼이 빠진' 고래 무리에 대해서도 놀랄 것은 없지 않겠는가. 이 지상의 어떤 짐승들의 어리석음이라 할지라도 인류의 광증에 비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