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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소식

이세돌·QWER 한국판 지하아이돌, K팝 대세 뒤흔들까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주중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 시청으로 여가를 보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영상 플랫폼은 젊은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전통적인 영상매체보다 동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시대가 됐다. 또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유튜버일 정도로 동영상 플랫폼의 영향력과 이에 따른 파괴력은 어느 때보다 높다.

스타가 되는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그동안 기획사들의 캐스팅을 시작으로 한 육성 시스템으로 인기 가수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들은 데뷔 전까지 연습생들을 길러내는 비용 등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고, 계약기간과 수익배분에 있어 가수 측에 불합리한 계약이 이뤄지기도 했다. 기획사는 리스크를 비용으로 일부 전가하면서, 가수는 노력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찰이 생긴다.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하면서 스타는 기획사가 아닌 시청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전통적인 기획사 시스템이다. 하지만 스트리머가 제작한 그룹들이 탄생하면서 생태계에 작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세계아이돌(이하 이세돌)과 QWER이다. 이들은 각각 스트리머이자 유튜버 우왁굳과 김계란이 제작했다. 동영상 플랫폼에서 탄생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기성 가수들조차 이름을 걸기 어려운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이세돌은 유튜브 1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우왁굳이 제작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제작자가 전 과정에 참여했다기보단 시청자 참여 콘텐츠가 발단이 됐다. 가상 현실에서 각자 캐릭터로 참여할 수 있는 VR챗 콘텐츠 중에 아이돌을 만들자는 시청자와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그 이후 오디션이 이뤄지고 주르르, 징버거, 비챤, 릴파, 아이네, 고세구가 모인 6인조 그룹이 선발됐다. 지금까지 총 3곡의 싱글이 발표됐는데 버튜버(버츄얼 유튜버) 멤버들이 모인 장점을 활용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모아 가사를 만들고, VR챗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지난 8월 공개한 'KIDDING' 뮤직비디오는 1000만뷰를 돌파할 만큼 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QWER은 크리에이터 쵸단(리더, 드럼, 서브보컬)과 마젠타(베이스), 틱톡커 히나(기타, 키보드), 일본 아이돌 그룹 NMB48 출신 시연(메인 보컬, 세컨 기타) 등 4명으로 결성된 그룹이다. 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를 운영하는 유튜버 김계란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멤버들은 그동안 각자 동영상 플랫폼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대표 크리에이터들이다. 지난달 발매한 싱글 1집 '하모니 프롬 디스코드'(Harmony from Discord)는 발매 일주일 동안 총 2만 2570장이 판매되며 QWER은 역대 걸그룹 데뷔 초동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세돌, QWER이 데뷔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꾸준히 쌓아 올린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우왁굳 채널의 팬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지금은 방송가에서 힘이 빠진 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에 새롭게 접근했다. 멤버를 뽑는 과정뿐만 아니라 곡을 만드는 과정도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그룹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한 '우왁굳'이라는 영향력 있는 유튜버의 울타리 안에서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밈에서 시작된 문화도 이들의 관계를 끈끈하게 묶을 수 있었다.


QWER은 이보단 기존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져왔다.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그룹이지만 기존 K팝 아이돌 그룹처럼 파생되는 콘텐츠를 채널에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면서 관심을 모았고, 언론 쇼케이스도 개최했다. 처음 기획 단계부터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 이세돌에 비해 멤버들이 각자 보유한 팬덤을 QWER이라는 교집합에 엮어 크리에이터에서 아이돌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나만이 알고 있는, 알고 싶은 크리에이터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어가는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두 그룹이 만들어지기까지 우왁굳, 김계란이라는 크리에이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우왁굳은 2000년 중반부터 활동한 인터넷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크리에이터다. '버튜버'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사실상 버튜버로 활약했다. 그의 콘셉트는 자연스럽게 얼굴 없는 버튜버 그룹 이세돌로 이어졌다. 김계란도 얼굴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헬스 콘텐츠를 시작으로 '가짜 사나이' 등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작했다. 여성 크레이에터로 그룹을 만든다는 것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서 완성된 셈이다. 이들의 동영상 플랫폼의 이해와 경험은 아이돌 그룹의 제작에 도전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됐다.


특정 팬층에서 시작된 이세돌, QWER은 일본의 지하아이돌을 떠올리게 한다. 지하아이돌이란 일본 아이돌 업계에서 주요 매체에 출연하지 않고 소규모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을 일컫는다.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팬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나면서 단단한 팬층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세돌, QWER이 그들만의 써클 안에서 활동하면서 기반을 쌓아 올렸다는 것을 떠올리면 한국판 지하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장소가 소규모 공연장이 아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검색해 그들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옮겨왔다는 것은 다르며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대중의 콘텐츠 접근 방식이 달라지면서 인기 가수가 되는 길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세돌, QWER은 분명 성장에 있어 한계점이 있는 것도 보인다. 대중들이 봤을 때 그들이 인기를 모은 과정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다른 팬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두 그룹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이해서 눈길이 갔다면 이제는 그 특이함을 기존 그룹과의 차별성으로 느낄 수 있도록 어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기존 아이돌보단 비교적 어깨가 가벼울 수 있다. 이 또한 동영상 플랫폼에서 시작된 그룹의 장점이자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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